밍밍이는 병원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표정이 달라집니다. 평소에는 산책 가자는 말에 꼬리를 흔들던 아이가, 병원 앞 주차장만 도착해도 발걸음이 느려집니다. 그리고 진료실 문이 열리는 순간 있는 힘껏 뒤로 도망가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웃곤 합니다. “어머 애가 병원을 진짜 싫어하네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저도 같이 웃긴 하지만, 사실 마음 한편은 조금 복잡합니다. 밍밍이는 10년 동안 병원에서 정말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수술 기억, 강아지에게도 오래 남는 것 같았습니다

밍밍이는 지금까지 수술만 다섯 번 정도 했습니다. 어릴 때 중성화 수술도 있었고, 최근에는 공을 삼키는 바람에 배를 열어 위에서 직접 꺼내는 수술까지 했습니다. 그때는 5일 정도 입원을 했는데, 퇴원 후 한동안은 병원 근처만 가도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병원에 들어가기 싫어도 억지로 끌면 따라왔는데, 그 이후부터는 진료실 앞에서 아예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겁이 많은 건가 싶었는데, 찾아보니 강아지들도 병원을 부정적인 기억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수술, 통증, 입원 같은 강한 스트레스 경험은 냄새나 공간 자체와 연결되어 기억되기 쉽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면 병원은 강아지 입장에서 익숙하지 않은 냄새, 낯선 사람, 아픈 경험이 한꺼번에 모여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좋아할 이유가 없는 장소였던 거죠.

냄새, 강아지에게는 사람보다 훨씬 강한 정보였습니다

강아지는 사람보다 후각이 훨씬 발달해 있다고 합니다. 병원 안에는 소독약 냄새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의 긴장감과 스트레스 냄새도 남아 있다고 들었습니다. 밍밍이도 병원 문만 열고 들어가면 계속 킁킁거리면서 주변을 경계합니다. 그리고 진료실 방향으로 가면 갑자기 바닥에 몸을 붙인 채 안 움직이려고 합니다.

특히 자가면역질환 때문에 2주에 한 번씩 병원을 가다 보니 이제는 병원 가방만 봐도 눈치를 채는 수준이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꼭 간식을 챙겨갑니다. 좋아하는 간식으로 유인해서 겨우 진료실까지 들어가는 날도 많습니다. 솔직히 매번 쉽지는 않습니다. 저도 힘들고, 억지로 데려가는 느낌이 들 때면 괜히 미안해집니다.

스트레스, 보호자 감정도 같이 전달된다고 합니다

재밌는 건 강아지는 보호자의 긴장감도 같이 느낀다는 점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도 병원 가는 날이면 괜히 긴장해 있었습니다. 검사 결과는 어떨지, 약은 또 바뀌는 건 아닌지 계속 신경 쓰이니까요. 그런데 강아지들은 목소리 톤이나 표정, 움직임만으로도 보호자 감정 변화를 꽤 민감하게 읽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긴장한 날에는 밍밍이도 더 예민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반대로 최대한 평소처럼 말하고, 산책 가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조금 덜 경계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병원 가기 전에 일부러 더 밝게 말하려고 합니다. “밍밍아~ 금방 끝나~ 잘하고 오자~” 사실 제 자신한테 하는 말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병원을 싫어하는 밍밍이를 보면서 왜 이렇게 겁이 많을까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번의 수술과 입원, 반복되는 진료를 겪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당연한 감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병원은 밍밍이에게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일 테니까요. 그래도 다행인 건 그렇게 도망치면서도 결국 제 옆으로 다시 온다는 점입니다.

오늘도 밍밍이는 진료실 문 앞에서 뒤돌아 도망가려다, 제가 간식을 흔들자 못 이기는 척 다시 따라왔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병원을 좋아하게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저는 그 길을 같이 걸어줄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