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강아지가 정말 저를 사랑하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밥 주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하는 걸까요? 퇴근하고 집에 들어설 때마다 달려 나와 꼬리를 흔들어주는 모습을 보면서도, 문득 이런 의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는 제 목숨보다 이 아이를 사랑하는데 과연 우리 강아지도 저를 그만큼 아낄까 하는 생각이죠. 말을 못 하니까 답답하기도 하고, 가끔은 저 혼자만 짝사랑하는 건 아닌가 싶어 서운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아주 사소한 행동들 속에 강아지의 진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플레이바우, 당신만을 위한 특별한 초대장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강아지가 저를 향해 달려오는 게 아니라 멀리서 앞다리를 쭉 펴고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모습, 한 번쯤 보셨나요? 동물행동학에서는 이것을 플레이바우(Play Bow)라고 부릅니다. 플레이바우란 강아지가 놀이를 시작하고 싶을 때 취하는 자세로, 앞다리를 바닥에 대고 엉덩이를 치켜드는 독특한 포즈를 말합니다. 이건 단순한 스트레칭이 아니라 진짜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보내는 특별한 놀이 초대장입니다.
제 경험상 이 행동은 정말 특별합니다. 제가 퇴근하고 집에 오면 우리 아이는 자다가도 달려 나와서 이 자세를 취합니다. 하루 종일 기다렸다가 온몸으로 기쁨을 터트리는 거죠. "드디어 왔다, 너무 기다렸어요, 나랑 같이 놀아요"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또 어떤 날은 자신이 아끼는 장난감을 물어오기도 하는데, 텔레비전만 보고 있으면 하나씩 제 앞에 가져다 놓습니다. 이런 행동은 강아지가 싫어하거나 애착이 없는 사람에게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행동입니다(출처: 반려동물 행동학 연구).
미국 동물행동학회(Animal Behavior Society)의 연구에 따르면, 플레이바우는 강아지가 상대방을 신뢰하고 안전하다고 느낄 때만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즉, 하루 종일 당신만을 기다리며 마음속으로 수십 번 리허설한 그 완벽한 놀이 초대장인 셈이죠. 오늘 집에 돌아왔을 때 우리 아이가 저를 보고 기지개를 켠다면, "나도 정말 많이 보고 싶었어" 하고 따뜻하게 웃으며 반겨주세요. 그 순간 강아지의 기쁨은 훨씬 더 커집니다.
눈맞춤과 정서적 동조, 함께 나누는 행복
산책 중에 앞에 흥미진진한 냄새들이 가득한데도 몇 걸음 안 가서 꼭 한 번씩 뒤를 돌아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건 단순히 잘 따라오나 확인하는 게 아닙니다. 눈이 마주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당신이 웃으면 꼬리를 크게 흔들고 다시 앞으로 가는 그 행동, 이것을 동물행동학에서는 정서적 동조(Emotional Synchronization)라고 부릅니다. 정서적 동조란 강아지가 보호자의 감정 상태를 읽고 그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강아지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아무리 즐거워도 가장 믿는 사람이 함께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죠.
솔직히 처음엔 저도 이 행동의 의미를 몰랐습니다. 그냥 산책 중에 저를 확인하는 건가 싶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관찰해보니 우리 아이는 "엄마, 나 지금 바람 냄새가 너무 좋은데 엄마는 어때요? 엄마도 좋은 거 맞죠?"라고 묻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혼자만 신나는 게 아니라 저와 함께 그 순간을 나누고 싶어 하는 마음이었던 거죠. 산책하다 우리 아이와 눈이 마주친다면 잠깐 눈을 맞추고 따뜻하게 웃어주세요. 그 짧은 눈 맞춤이 강아지에게는 하루 중 가장 달콤한 순간입니다.
또 집에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고 있을 때 문득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돌아보면, 저 멀리 침대 끝에 조용히 앉아 저를 바라보는 그 눈빛이 있습니다. 어떤 날은 무릎에 턱을 살포시 기대고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올려다봅니다. 그 얼굴을 보면 작은 미소로 눈을 지긋이 감았다 뜨며 마치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강아지는 말은 하지 못해도 눈빛으로 사랑을 말합니다.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어요. 그냥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해서 눈에 담고 있는 겁니다. 우리 아이가 저를 빤히 쳐다보거나 지긋이 바라본다면 부드럽게 눈을 맞추고 웃어주세요.
베개 애착과 체온 의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밤에 자려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강아지가 슬금슬금 올라와 좁은 틈을 파고들어 엉덩이를 제 몸에 딱 붙이거나, 어떤 날은 아예 베개 위로 올라와 사람처럼 머리를 나란히 대고 잠들기도 합니다. "넓은 데 냅두고 왜 하필 내 베개야?" 하고 좁아서 밀어내기도 하셨을 텐데요. 사실 이건 강아지가 당신에게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애틋하고 깊은 사랑의 고백입니다.
강아지에게 당신의 베개는 엄마의 냄새가 가장 진하게 베어 있는 곳입니다. 포근한 당신의 체취를 온몸으로 느끼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들리는 당신의 규칙적인 숨소리를 마치 자장가처럼 들으며 잠들고 싶어 하는 거예요. 제가 없는 방에서 혼자 잘 때 홈카메라로 들여다보면 항상 제 다리 아래에서 자던 녀석이 제 베개를 베고 자고 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귀엽고 사람 같지만, 알고 보니 제 냄새가 가장 진하게 베어 있는 곳이어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저를 느끼고 싶어 하는 거더라고요.
잠 잘 때 강아지의 이런 행동은 후각 의존성(Olfactory Dependency)과 관련이 있습니다. 후각 의존성이란 강아지가 보호자의 냄새를 통해 안정감과 소속감을 느끼는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꿈속에서도 엄마랑 단 1초도 떨어지기 싫어하고, 엄마 숨소리가 들려야 마음이 놓이는 거죠. 오늘 밤 아이가 또 베개 위로 올라온다면 좁다고 밀어내지 마세요. "그래, 꿈속에서도 같이 있자" 하고 조용히 안아주세요. 그 순간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옆에서 가장 깊은 잠을 자고 있을 겁니다.
- 플레이바우: 앞다리를 쭉 펴고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자세로 놀이를 초대하는 행동
- 정서적 동조: 산책 중 뒤돌아보며 눈을 맞추고 보호자의 감정을 확인하는 행동
- 후각 의존성: 베개나 당신이 앉았던 자리에서 냄새를 맡으며 안정감을 느끼는 행동
- 감정 인식 능력: 당신이 슬프거나 힘들 때 조용히 다가와 곁에 머무는 행동
제 경험상 강아지는 정말 천재 같은 부분이 있습니다. 제 감정을 고스란히 느낀다는 거예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지인과 싸웠다거나 제가 텐션이 낮아져 있을 때 옆에서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간식 달라고 보채지도 않고 돌아달라고 보채지도 않습니다. 강아지는 사람의 표정 변화, 목소리 떨림, 몸의 긴장, 심지어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의 냄새 변화까지도 감지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언제 괜찮고 언제 힘든지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알아차리는 존재죠. 그래서 평소에 장난을 멈추고 요구 사항도 멈추고 그저 곁에 조용히 머무는 선택을 합니다. 이 아이에게 당신은 단순한 보호자가 아니라 슬픔까지도 함께 나누고 싶은 이 세상 단 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생각해보면 혼자 자는 것보다 저랑 잘 때 제일 오래 편하게 잠을 청하는 것 같네요. 단 1분 1초라도 떨어지기 싫어하는 우리 강아지, 제 숨소리를 들어야 마음 놓여 하는 우리 강아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우리는 늘 더 좋은 걸 못 해 줘서 미안해하고 더 많이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해하며 자책하지만, 강아지는 이미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고맙다고 매일매일 온몸으로 말하고 있었던 겁니다. 강아지의 시간은 사람보다 빠르게 흐릅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며 조용히 사랑을 표현하는 작은 천사들, 오직 저만 바라보며 사랑해주는 제 강아지 평생 사랑해줄 거예요. 지금 옆에 있는 아이를 한번 쳐다봐 주세요. 그리고 따뜻하게 쓰다듬으며 말해 주세요. "나한테 와 줘서 고마워, 너 때문에 나도 정말 행복해"라고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pR2-xEAag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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