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우연인 줄 알았습니다. 예전에는 계단을 먼저 올라가던 밍밍이가 어느 날부터는 계단 앞에서 잠시 멈춰 서 있더라고요. 부르면 따라오긴 했지만 예전처럼 성큼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게으른가 싶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행동이 나이가 들면서 생긴 변화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노령견이 계단을 피하는 모습은 생각보다 흔하게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예전보다 관절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강아지가 계단을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관절입니다.

계단은 평지를 걷는 것보다 앞다리와 뒷다리에 훨씬 큰 힘이 들어갑니다. 특히 내려올 때는 체중이 앞쪽으로 쏠리기 때문에 무릎과 어깨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젊을 때는 아무렇지 않게 오르내리던 계단도 나이가 들면 조금씩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보기에는 같은 계단이지만 노령견에게는 작은 언덕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계단 앞에서 잠시 멈추거나 보호자를 바라보는 행동은 "무서워."라기보다 "조금 힘들어."라는 신호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근력이 줄어들면 자신감도 함께 줄어든다

노령견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도 조금씩 감소합니다.

다리에 힘이 예전 같지 않으면 계단을 오르다가 미끄러질까 봐 스스로 조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한 번 발을 헛디뎠던 경험이 있다면 그 기억 때문에 더욱 계단을 피하기도 합니다.

저희 집 밍밍이도 자가면역질환 때문에 뒷다리에 힘이 많이 빠졌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계단보다 평평한 길을 훨씬 편하게 걸으려고 했습니다. 억지로 올라가게 하기보다 안아서 이동하거나 다른 길을 선택해 주는 것이 훨씬 편해 보였습니다.

가끔은 계단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아이는 자신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조건 운동을 시키기보다 몸 상태를 살펴보자

계단을 피한다고 해서 무조건 운동 부족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관절에 무리가 가는 상황이라면 억지로 오르내리게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계단을 오를 때 망설이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면 미끄럽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필요한 경우에는 안아서 이동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 평소 산책에서도 다리를 절거나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을 힘들어한다면 관절 건강을 함께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단순한 노화일 수도 있지만 관절 질환이 시작되는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밍밍이가 계단 앞에서 멈춰 서면 재촉하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왜 안 올라오지 하고 기다리기만 했는데, 지금은 그 잠깐의 망설임도 아이가 보내는 신호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노령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운동이 아니라 지금의 몸 상태를 이해해 주는 배려일지도 모릅니다. 계단 하나를 오르는 모습만 봐도 우리 강아지가 보내는 변화를 조금 더 빨리 알아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