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떠나보낸 뒤 생각보다 오래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밥을 먹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고, 평소처럼 집에 들어왔는데 반겨주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아 한참 멍하게 서 있기도 합니다. 산책 시간이 되면 무의식적으로 목줄을 찾다가 "아, 이제 같이 나갈 아이가 없지" 하고 다시 내려놓는 순간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고 몇 주가 지나도 마음이 그대로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을 흔히 펫로스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집 안 곳곳에서 빈자리가 느껴진다
강아지와 함께 살 때는 하루가 강아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순간이 많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챙겨주고, 물그릇을 확인하고, 산책을 나가고, 집에 돌아오면 어디에 있는지 한 번씩 찾아봅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행동들이 사실은 매일 반복되는 생활의 일부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강아지가 떠나고 나면 이 행동들이 한꺼번에 사라집니다.
밥그릇을 꺼낼 필요도 없고, 산책을 준비할 필요도 없습니다. 집은 조용해졌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더 복잡해집니다.
특히 자주 있던 자리를 볼 때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소파 한쪽, 현관 앞, 햇빛이 잘 들어오던 자리처럼 강아지가 좋아했던 장소를 볼 때마다 자연스럽게 기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내가 더 잘해줄 걸"이라는 생각이 남는다
펫로스를 겪으면서 가장 힘든 감정 중 하나가 죄책감일 수 있습니다.
"그날 병원에 조금 더 빨리 갔으면 어땠을까."
"마지막에 더 많이 안아줄 걸."
"괜히 그때 혼냈던 게 계속 마음에 남는다."
이런 생각은 강아지와 함께한 시간이 길수록 더 많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을 계속 다시 생각한다고 해서 그때의 결과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마지막 순간만 계속 떠올리다 보면 함께했던 수많은 행복한 기억이 뒤로 밀려날 수 있습니다.
강아지와 살면서 매일 밥을 챙겨주고, 아픈 날 병원에 데려가고, 산책을 하고, 이름을 불러주었던 시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마지막 하루가 그 아이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슬픔을 빨리 끝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펫로스가 힘든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그 슬픔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오래 살았잖아."
"다음에 다른 강아지 키우면 괜찮아질 거야."
이런 말을 들으면 위로하려는 마음이라는 것은 알면서도 오히려 마음이 더 외로워질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은 단순히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오랜 시간 일상을 함께한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슬픔이 오래간다고 해서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며칠 만에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몇 달이 지나도 특정 장소나 음악만 들으면 눈물이 날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슬픔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억을 없애는 것이 이별은 아니다
강아지가 떠난 뒤 사진이나 장난감, 목줄을 바로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반대로 너무 힘들어서 눈에 보이는 물건을 빨리 치우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틀린 방법은 없습니다.
당장 정리하기 힘들다면 조금 더 가지고 있어도 되고, 나중에 마음이 준비됐을 때 하나씩 정리해도 됩니다.
사진을 보면서 울어도 괜찮고, 사진을 보기 힘들어서 잠시 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강아지를 잊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을 내 마음속에서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사진만 봐도 눈물이 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 속 표정이 귀엽게 느껴지고, 나중에는 웃으면서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슬픔이 완전히 사라진다기보다 기억을 떠올리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입니다.
너무 오래 일상이 무너져 있다면 도움을 받아도 된다
펫로스는 자연스러운 애도의 과정이지만, 슬픔 때문에 일상생활 자체가 오랫동안 어려워진다면 혼자서 무조건 버티려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잠을 거의 자지 못하거나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생활이 무너진 상태가 오래 이어진다면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강아지를 덜 사랑했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소중했던 존재를 잃었기 때문에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일 수 있습니다.
강아지를 떠나보낸 뒤 힘든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매일 보던 얼굴이 사라지고, 매일 듣던 발소리가 없어지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이 갑자기 달라졌으니까요.
저는 펫로스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단순히 "강아지가 떠난 뒤 슬픈 마음"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함께 살았던 시간만큼 생활의 많은 부분이 연결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언젠가는 강아지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아이와 함께했던 시간을 따뜻하게 떠올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는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됩니다.
많이 울어도 되고, 사진을 보면서 이야기해도 되고, 한동안 아무것도 정리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사랑했던 만큼 슬픈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슬픔이 있다는 것은 결국 그만큼 소중하게 함께 살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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