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숨을 빠르게 쉬거나 평소보다 힘들게 호흡한다면 보호자는 가장 먼저 폐나 심장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 생소한 질환 중에도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폐혈전색전증입니다.

이름부터 어렵게 느껴지지만 쉽게 말하면 혈전, 즉 피가 뭉쳐 만들어진 혈액 덩어리가 혈관을 따라 이동하다가 폐혈관을 막는 상태입니다. 혈액이 폐로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면서 산소 교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심한 경우 심장과 폐의 기능에 영향을 주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 멀쩡하다가 갑자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폐혈전색전증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증상이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으로 숨이 빨라지거나 호흡하기 힘들어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침이나 기운이 떨어지는 모습, 운동을 조금만 해도 힘들어하는 모습이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심한 경우 실신하거나 쓰러질 수 있고, 잇몸이나 피부가 푸르게 보이는 청색증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혈액이 섞인 기침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평소와 다르게 가만히 있는데도 숨을 빠르게 쉬거나, 조금만 움직였는데 호흡이 지나치게 힘들어 보인다면 단순히 더워서 그런 것이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런 증상만으로 폐혈전색전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심장질환이나 다른 호흡기 질환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 진료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함께 확인하게 됩니다.

혈전은 왜 강아지의 폐까지 이동할까

그렇다면 건강해 보이던 강아지에게 왜 혈전이 생기는 걸까요?

폐혈전색전증은 특정 질환이나 상태와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IMHA), 암, 패혈증, 췌장염, 심장질환, 심한 감염, 단백소실성 신장질환이나 장질환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쿠싱증후군 역시 강아지의 폐혈전색전증과 관련된 질환 가운데 하나입니다.

수술이나 큰 외상을 입은 뒤에도 혈전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도 위험 요인으로 언급됩니다. 그렇다고 스테로이드를 먹는 모든 강아지에게 혈전이 생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여러 위험 요인이 강아지의 현재 상태와 함께 작용할 수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강아지라면 보호자가 평소와 다른 호흡 변화를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검사에서도 바로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

폐혈전색전증은 진단이 쉽지 않은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호흡이 힘들어 보여 병원에 갔는데 흉부 방사선 검사에서 생각보다 뚜렷한 이상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혈액가스검사에서는 산소가 부족한 상태가 확인될 수 있지만, 정상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폐혈전색전증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습니다. 심장 초음파 역시 폐고혈압이나 우심장에 나타나는 변화를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정상이라고 해서 반드시 폐혈전색전증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필요한 경우 CT 혈관조영술과 같은 보다 전문적인 검사를 통해 폐혈관을 확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동물병원에서 같은 검사가 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강아지의 상태와 병원의 검사 환경에 따라 진단 과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치료는 혈전만 없애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폐혈전색전증이 의심되거나 진단된 강아지는 먼저 호흡과 혈액순환을 안정시키는 치료가 중요합니다.

산소가 부족하다면 산소 공급을 하고, 쇼크나 심한 호흡곤란이 있다면 상태에 맞는 집중적인 처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혈전이 더 커지거나 새로운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항응고제나 항혈전 치료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동시에 혈전이 생긴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 그 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사람에게 사용하는 혈전용해 치료를 강아지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동물에서는 치료 효과와 출혈 위험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약물의 선택과 사용 여부는 수의사가 강아지의 상태에 맞춰 결정하게 됩니다.

폐혈전색전증이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보호자가 기억해둘 것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갑자기 숨이 빨라졌는지, 가만히 있는데도 호흡이 힘들어 보이는지, 평소보다 움직이기 힘들어하는지, 잇몸 색깔이 이상해졌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특히 이미 쿠싱증후군이나 면역질환, 암, 심한 췌장염처럼 혈전 위험과 관련된 질환을 가지고 있는 강아지라면 이런 변화를 더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강아지가 숨을 조금 빠르게 쉬는 모습을 보면 예전에는 더운가 보다 하고 넘겼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강아지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호흡이나 식욕, 움직임처럼 평소와 다른 작은 변화를 보호자가 먼저 알아차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폐혈전색전증은 집에서 증상만 보고 확인할 수 있는 질환은 아닙니다. 특히 갑자기 호흡곤란이 생기거나 쓰러지는 등 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기다려보는 것보다 바로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조건 겁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갑작스러운 호흡 변화만큼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 이것이 보호자가 기억해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