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예전보다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기 시작하면 보호자는 보통 더워서 그런가 싶어집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변화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런 변화가 계속되고 식욕까지 갑자기 좋아졌다면 한 번쯤 쿠싱증후군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쿠싱증후군은 강아지 몸에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의학적으로는 부신피질기능항진증이라고 부르는데, 이름부터 조금 어렵다 보니 보호자 입장에서는 더 낯설게 느껴지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생활하면서 발견할 수 있는 변화가 꽤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는 변화

쿠싱증후군에서 보호자가 비교적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 중 하나가 물과 소변입니다.

예전에는 물그릇을 채워두면 하루 종일 비슷한 양이 남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물을 자주 찾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소변을 보는 횟수가 늘어나거나 밤에 소변 때문에 깨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여기에 식욕까지 늘어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밥을 먹었는데도 계속 배고파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간식을 더 달라고 하는 모습이 눈에 띌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식욕이 좋아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물을 많이 마시는 모습과 소변량 증가가 같이 나타난다면 평소와 다른 변화인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털과 피부에서 먼저 달라지는 모습

쿠싱증후군은 피부와 털의 변화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털이 예전보다 잘 자라지 않거나 몸통 쪽 털이 얇아지고 빠지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피부가 얇아지거나 색이 진해지는 변화, 피부 감염이 반복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강아지라면 털이 예전보다 푸석해지는 것을 단순한 노화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털 상태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물을 많이 마시고 식욕이 늘어난 변화까지 함께 보인다면 한 가지 원인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배가 아래쪽으로 볼록하게 나온 모습도 쿠싱증후군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복부에 지방이 쌓이는 것뿐만 아니라 복벽 근육이 약해지면서 이런 모습이 생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스테로이드를 오래 먹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쿠싱증후군을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부분이 스테로이드입니다.

쿠싱증후군은 뇌 아래쪽에 있는 뇌하수체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고, 부신 자체의 종양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스테로이드가 들어 있는 약을 장기간 사용하면서 생기는 의인성 쿠싱증후군도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고 있거나 과거에 장기간 복용한 적이 있는 강아지라면 병원에서 약 복용 이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보호자가 임의로 약을 끊는 것은 절대 조심해야 합니다. 장기간 사용한 스테로이드는 갑자기 중단하면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중단이나 감량이 필요하다면 수의사의 지시에 따라 조절해야 합니다.

쿠싱증후군은 혈액검사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쿠싱증후군이 의심된다고 해서 혈액검사 한 번으로 바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몸의 전반적인 상태와 함께 의심할 만한 변화가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호르몬 관련 검사를 추가하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ACTH 자극검사나 저용량 덱사메타손 억제검사 등이 사용됩니다.

또 쿠싱증후군이 확인된 뒤에는 뇌하수체에서 시작된 것인지, 부신에서 시작된 것인지 등을 구분하기 위한 검사와 영상검사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과 예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치료는 원인과 강아지의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약물로 호르몬을 조절하는 경우가 많지만, 부신 종양처럼 수술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약으로 관리하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검사와 용량 조절이 중요하고, 평생 관리가 필요한 강아지도 있습니다.

쿠싱증후군이라는 이름만 들으면 굉장히 무서운 병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병명을 미리 겁내는 것보다 평소와 달라진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물을 마시는 양이 갑자기 늘었는지, 소변을 자주 보는지, 밥을 계속 찾는지, 털과 피부가 달라졌는지, 배가 유난히 불룩해졌는지 하나씩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도 강아지와 오래 생활하다 보면 작은 변화는 그냥 나이 탓이라고 넘기기 쉬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달라진 행동이 계속 반복된다면 "요즘 왜 이러지?" 하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노령견이라면 평소의 물 섭취량이나 식욕, 소변 횟수 같은 사소한 생활 변화를 기억해두는 것만으로도 병원에 갔을 때 훨씬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쿠싱증후군은 보호자가 집에서 눈으로 확진할 수 있는 질환은 아닙니다. 다만 평소와 달라진 생활 습관을 가장 먼저 발견하는 사람은 보호자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을 많이 마시는 것 하나만 보고 걱정하기보다는 다른 변화가 함께 나타나는지 차분하게 살펴보는 것. 그리고 반복되는 변화가 있다면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 그것이 쿠싱증후군을 알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시작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