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밍이와 1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아직도 확신하지 못하는 게 있습니다. 밍밍이가 진짜 언제 가장 행복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저는 잘해준다고 믿고 있는데 밍밍이는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습니다. 그 불안함이 결국 강아지 행동과 감정에 관한 연구들을 찾아보게 만들었고, 생각보다 꽤 많은 걸 놓치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눈맞춤 한 번이 만들어내는 화학 반응
솔직히 저는 눈맞춤이 이렇게 중요한 줄 몰랐습니다. 밍밍이가 저를 빤히 쳐다볼 때 저도 가만히 눈을 맞춰주는 편이긴 했는데, 사실 그냥 습관적으로 해온 일이었거든요. 그게 과학적으로 검증된 행위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2015년 일본 아자부 대학 연구팀이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강아지와 주인이 서로 눈을 마주치는 순간 두 존재 모두에게서 옥시토신(Oxytocin) 수치가 동시에 올라갔습니다. 옥시토신이란 흔히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로, 출산 직후 엄마와 아기가 처음 눈을 맞출 때 분비되는 바로 그 화학물질입니다(출처: Science, 2015). 연구팀은 같은 실험을 사람 손에 자란 늑대에게도 해봤지만 이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수만 년의 공진화(Co-evolution), 즉 인간과 강아지가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오면서 서로에게 맞춰 변화해온 결과로만 설명되는 특별한 회로입니다.
밍밍이는 눈이 마주치면 거의 예외 없이 흥분합니다. 제가 원하는 걸 줄 거라고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기쁜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둘 다일 것 같습니다. 눈이 마주치는 것 자체가 밍밍이에게는 이미 보상이었던 거죠. 오늘 밤 강아지가 여러분을 빤히 쳐다보면 시선을 피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단 몇 초만 더 마주봐 주세요. 그 짧은 시간에 두 존재 사이에서 인류가 다른 어떤 동물과도 나눌 수 없는 교감이 흐릅니다.
부끄러운 목소리가 정답이었다는 것
주변에서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꽤 무뚝뚝하다고 합니다. 친동생에게도 그렇게 살갑게 대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런데 밍밍이 앞에서만큼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밍밍아~ 아이구 잘했어~ 으이구 착해~"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거든요. 평소 제 톤보다 훨씬 높고, 남들 앞에서는 절대 못 낼 그 목소리요. 동생이 "언니 이렇게 말하는거 처음봐.." 할 정도였습니다. 사실 조금 부끄럽기도 했는데, 그게 과학적으로 맞는 행동이었다는 걸 알고 나서는 떳떳하게 하고 있습니다.
2018년 영국 요크대학 연구팀은 성견(成犬) 37마리를 대상으로 세 종류의 음성을 들려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성견이란 성장이 완료된 다 큰 강아지를 말합니다. 결과는 분명했습니다. 강아지가 스피커 쪽으로 다가가 머무른 경우는 딱 하나였는데, 따뜻한 목소리 톤과 강아지가 실제로 아는 단어가 동시에 결합됐을 때였습니다. 목소리 톤만 다정해도 안 됐고, 아는 단어만 있어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만 강아지의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이건 정말 정확한 이야기입니다. 기분이 좋은 날 "밍밍아~~ 좋지?? 아이구 착해~~" 하고 산책을 나가면 밍밍이는 한껏 들떠서 걷습니다. 그런데 제가 피곤하거나 기분이 별로인 상태에서 똑같은 말을 해도 밍밍이는 얌전합니다.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봤습니다. 엄마가 즐거운 톤으로 이름을 부르면 아이가 활기차게 기어서 다가오고, 낮고 무감정한 톤으로 부르면 기어오려다 머뭇거렸습니다. 말보다 마음이 먼저 전달된다는 걸 강아지도, 아기도 이미 알고 있는 겁니다. 2016년 강아지 13마리를 대상으로 한 뇌 영상(fMRI) 연구에서도 단어와 톤이 동시에 맞아떨어질 때만 강아지의 행복 회로가 활성화됐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출처: Science, 2016).
귀가 인사 30초와 분리불안의 관계
오랫동안 퍼져 있는 조언이 있었습니다. 강아지의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을 줄이려면 귀가할 때 무시하고 못 본 척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분리불안이란 주인이 자리를 비웠을 때 강아지가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는 행동 장애로, 짖음, 파괴 행동, 자해 등이 주요 증상입니다. 이 조언이 너무 당연한 상식처럼 퍼져서 많은 분들이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강아지를 못 본 척했을 겁니다.
그런데 2021년에 발표된 연구가 이 통념을 뒤흔들었습니다. 강아지 주인 약 2,000명을 분석한 결과, 분리불안이 있는 강아지의 주인들이 오히려 귀가 시 더 차분하게 인사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물론 이 연구가 차분한 인사가 분리불안을 만든다고 단정한 건 아닙니다. 다만 '무시하면 좋아진다'는 조언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생각보다 훨씬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 겁니다. 반대로 귀가 후 과격하게 30분씩 놀아준 경우에도 분리불안이 더 자주 나타났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균형입니다.
제가 경험상 가장 효과적이라고 느낀 방법은 이렇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무릎을 살짝 굽혀서 밍밍이 눈높이로 내려갑니다. 이름을 부드럽게 부르고 짧게 쓰다듬어 줍니다. 딱 30초입니다. 핸드폰부터 꺼내들거나 가방부터 내려놓는 게 아니라, 현관에서 먼저 밍밍이에게 집중합니다. 그 30초가 쌓이면서 밍밍이가 다음 외출을 기다리는 방식이 달라진 것 같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전보다 제가 나갈 준비를 해도 덜 불안해 보입니다. 물론 밍밍이 마음은 밍밍이만 알겠지만요.
강아지를 정말 행복하게 만드는 7가지 순간 정리
결국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입니다. 돈이 드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닙니다. 매일 집 안에서 일어나는 아주 작은 순간들, 너무 평범해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그 순간들이 강아지의 하루를 결정합니다.
- 눈맞춤: 강아지가 쳐다볼 때 시선을 피하지 않고 부드럽게 몇 초 더 마주보기
- 목소리 톤: 다정한 톤과 아는 단어를 함께 사용해 이름 불러주기
- 귀가 인사: 현관에서 30초만 온전히 강아지에게 집중하기
- 후각 산책: 하루 한 번만이라도 강아지 코를 따라가는 자유 산책 허용하기
- 줄다리기: 가끔 일부러 져주기, 승패보다 함께하는 과정이 중요
- 칭찬 훈련: 밥 주기 전 3분, 쉬운 명령 하나와 진심 어린 칭찬 세트로 반복하기
- 현재에 있기: 핸드폰을 내려놓고 머릿속 회사를 잠깐 꺼두는 10분
특히 마지막 항목은 처음 봤을 때 좀 놀랐습니다. 주인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과 강아지의 코르티솔이 거의 동기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신(副腎)이 분비하는 호르몬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불안과 긴장 상태를 반영합니다. 소파에 앉아 있어도 머릿속이 회의실에 있으면 밍밍이는 그걸 정확히 감지한다는 뜻입니다. 강아지는 우리의 행동을 보는 게 아니라 우리의 상태를 읽고 있습니다.
10년 가까이 함께 살았는데도 밍밍이가 정확히 언제 가장 행복한지는 여전히 모릅니다. 아마 끝까지 확신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걸 공부하고 나서 한 가지는 달라졌습니다. 비싼 사료나 새 장난감을 고르는 데 쓰던 에너지의 일부를, 눈을 더 오래 마주치고 목소리 톤을 조금 더 의식하는 데 쓰기 시작했습니다. 밍밍이가 그 차이를 알아채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늘 밤 강아지 옆에 앉을 때, 잠깐만 핸드폰을 내려놓아 보세요.
--- 참고: https://www.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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