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쉬 불독을 키우면 정말 돈이 많이 들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예"입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잉글리쉬 불독을 키우면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비용 문제만으로 이 품종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 경험을 바탕으로 잉글리쉬 불독의 품종 특성과 실제 관리 현실, 그리고 키우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건강 이슈들을 솔직하게 공유하려 합니다.
불독이라는 이름의 유래와 품종 특성
잉글리쉬 불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다소 충격적인 과거가 나옵니다. 'Bull'은 수소를 의미하는데, 과거 영국에서는 수소와 개를 싸우게 하는 불 베이팅(Bull Baiting)이라는 잔혹한 스포츠가 있었습니다. 도축이 어려울 정도로 힘센 수소를 상대로 개를 풀어놓고 싸움을 붙이는 방식이었죠. 한 마리가 뿔에 받쳐 죽으면 다음 개가 투입되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1800년대에 이 스포츠가 금지되면서 잉글리쉬 불독은 점차 가정견으로 개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공격성은 줄어들고 온순한 성격으로 변했지만, 외형적 특징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짧고 넓은 주둥이, 튀어나온 아래턱, 주름진 얼굴은 모두 수소를 물고도 숨을 쉴 수 있도록 개량된 결과입니다. 저희 강아지는 올 화이트에 등 가운데 갈색 점이 동그랗게 있는데, 이게 정말 매력 포인트입니다.
성격은 친절하고 다정하며 사교적입니다. 발을 밟아도 깨갱거리지 않을 정도로 참을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저희 강아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모든 장점이 표정에 담기지 않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얼굴만 보고 무섭다며 피하거나 심지어 얼굴 가리고 다니라는 말까지 합니다. 순하고 착한데 오해받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단두종 특유의 건강 관리 문제
잉글리쉬 불독은 단두종(短頭種)에 속합니다. 단두종이란 두개골 길이에 비해 코와 주둥이가 짧은 품종을 의미하는데, 퍼그, 프렌치 불독, 보스턴 테리어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이런 구조적 특징 때문에 호흡기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공 협착(鼻孔 狹窄)입니다. 비공 협착이란 콧구멍이 좁아져서 호흡이 어려워지는 증상으로, 심한 경우 콧구멍이 기능적으로 거의 막혀버립니다. 저희 강아지도 최근 병원에서 비공 협착 진단을 받고 구멍을 넓혀주는 수술을 권유받았습니다. 조금만 더 있다가 수술을 시켜줄 계획입니다. 잘 때 코를 고는데 사람 코 고는 소리보다 더 큽니다. 이것도 비공 협착과 연관이 있습니다.
연구개 과장증도 흔합니다. 연구개란 입천장 뒤쪽에 있는 부드러운 조직인데, 이게 늘어지면 목구멍을 막아 호흡 곤란을 일으킵니다. '그륵그륵' 소리가 나는 것도 이 연구개가 떨리는 소리라고 합니다. 영국 수의학회 자료에 따르면(출처: British Veterinary Association) 단두종 개의 약 60% 이상이 호흡기 관련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관절과 피부, 끊임없는 병원 방문
호흡기 문제만 있는 게 아닙니다. 잉글리쉬 불독은 고관절 이형성증과 주관절 이형성증을 거의 기본으로 갖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이형성증이란 관절 구멍과 뼈의 볼 부분이 제대로 맞지 않아 관절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저희 강아지도 고관절 이형성증이 있어서 지금은 다리가 많이 돌아간 상태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눈 건강도 문제입니다. 체리아이(Cherry Eye)라는 질환이 있는데, 눈 밑의 빨간 부분이 눈을 거의 가릴 만큼 튀어나오는 증상입니다. 저희 강아지는 이 때문에 쌍커풀 수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눈꺼풀이 안으로 말려 들어가 안구를 찌르는 경우도 많아서, 관리를 소홀히 하면 각막에 상처가 생기기 쉽습니다.
피부 관리는 정말 끝이 없습니다. 얼굴과 몸에 주름이 많아 그 사이사이가 짓무르기 쉽기 때문입니다. 저는 매일 똥꼬와 입가 주름을 닦아주고 파우더를 발라줍니다. 안 그러면 바로 염증이 생깁니다. 귀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소독하고 약을 넣어줘야 합니다. 이런 관리를 소홀히 하면 병원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 호흡기 관리: 비공 협착 수술 비용 평균 100~200만 원
- 관절 관리: 고관절·주관절 이형성증 치료 및 재활 비용 연간 수백만 원 가능
- 피부 관리: 매일 소독·파우더 도포, 귀 세정 등 일상 관리 필수
- 눈 관리: 체리아이 수술 비용 평균 80~150만 원
실제 키우는 사람의 솔직한 조언
잉글리쉬 불독을 키우려면 시간과 돈, 두 가지 모두 충분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강아지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 하지만, 제 경험상 잉글리쉬 불독은 그 난이도가 훨씬 높습니다. 푸들이나 말티즈처럼 한두 달에 한 번 미용실 보내는 수준이 아닙니다. 매일 관리가 필요하고, 조금만 소홀하면 바로 병원 신세를 집니다.
꼬리도 특이합니다. 잉글리쉬 불독은 꼬리가 거의 없거나 돼지꼬리처럼 말려 있습니다. 저희 강아지도 꼬리가 말려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꼬리를 왜 잘랐냐"고 물어봅니다. 원래 이렇게 생긴 거라고 설명하면 놀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꼬리가 안쪽으로 말리면서 피부가 짓무르는 경우도 있어서, 심하면 꼬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잉글리쉬 불독의 평균 수명은 8~10년 정도입니다. 다른 견종에 비해 짧은 편이죠. 영국 켄넬 클럽 자료에 따르면(출처: The Kennel Club) 순종 교배만으로는 유전적 결함이 계속 축적되어 결국 멸종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실제로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에서는 동물 복지 차원에서 잉글리쉬 불독의 번식을 금지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관리가 쉽지 않지만 제가 최선을 다해 키워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다만 키우고 싶다는 분들께는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경제적 여유와 시간적 여유가 모두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이 품종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외모가 귀엽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하면 안 됩니다.
잉글리쉬 불독은 분명 매력적인 품종입니다. 온순하고 애교 많고 사람을 잘 따릅니다. 하지만 그만큼 책임도 무겁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망설여진다면, 그건 현명한 판단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충분히 준비되었다고 느낀다면, 정말 특별한 반려견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키우기 전에 충분히 고민하시고, 결정하셨다면 끝까지 책임지는 마음으로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QD00qkGy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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