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부위를 반복적으로 긁는 강아지, 그냥 넘기면 안 됩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간지럽겠지" 하고 지나쳤다가 밍밍이가 외이도염에 걸린 걸 뒤늦게 발견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10년 동안 잉글리쉬 불독을 키우면서 겪은 일들을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귀 긁기, 그냥 간지러운 게 아닐 수 있습니다
밍밍이가 귀를 긁기 시작한 건 어느 날 갑자기였습니다. 처음엔 한쪽 귀를 집요하게 긁길래 병원에 데려갔는데, 외이도염(外耳道炎)이라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외이도염이란 귀 바깥쪽 통로에 염증이 생긴 상태로, 세균이나 효모균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귀 안쪽에 갈색 귀지 같은 게 잔뜩 차 있었는데, 얼마나 간지러웠을지 지금 생각해도 마음이 아픕니다.
수의사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귀를 긁는 행동이 양쪽을 번갈아가며 나타나면 알레르기나 귀 염증을 의심하고, 한쪽만 집중적으로 긁을 때는 이물(異物), 즉 풀씨나 귀 안에 박힌 이물질을 의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저도 직접 겪어봤는데, 면봉으로 직접 파내려 하면 오히려 이물질이 더 깊이 밀려 들어갈 수 있어서 절대 금물입니다.
또 한 가지, 피나 페달 리플렉스(Pinna-Pedal Reflex)라는 반응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귀끝을 살짝 눌렀을 때 뒷다리가 반사적으로 긁는 동작을 하면 옴진드기를 의심하는 징표입니다. 병원에서도 이 반사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단에 활용합니다. 그리고 굉장히 드문 경우이지만, 허공을 향해 긁는 이상한 긁기 동작이 반복된다면 신경계 쪽 문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단순 알레르기로 보였던 증상이 뇌종양의 초기 신호였던 사례도 있으니, 평소와 다른 양상의 긁기는 반드시 수의사에게 보여야 합니다.
귀 긁기 하나만 봐도 원인이 이렇게 다양합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병원에 가기 전에 먼저 확인할 수 있는 포인트는 딱 두 가지입니다.
- 양쪽을 번갈아 긁는가, 아니면 한쪽만 집착하는가 (편측성이면 이물 또는 종양 의심)
- 긁는 방향이 실제 귀 쪽을 향하는가, 아니면 허공을 향하는가 (허공 긁기는 신경계 이상 가능성)
이 두 가지만 먼저 체크하면 병원에 가서도 훨씬 정확하게 상황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등을 긁거나 비빈다면, 농피증을 의심하세요
밍밍이는 잉글리쉬 불독이라 피부 자체가 약한 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곰팡이균 감염으로 병원을 들락날락했는데, 그때마다 등쪽 피부에 딱지가 앉거나 붉게 달아오르는 증상이 반복됐습니다. 그때는 그냥 지렁이 춤 추는 것처럼 바닥에 등을 비비는 게 귀엽다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피부가 그만큼 간지러웠던 겁니다.
이런 증상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농피증(Pyoderma)입니다. 농피증이란 피부에 세균, 주로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이 감염되어 고름이나 딱지, 뾰루지가 생기는 피부 질환입니다. 피부층이 얇거나 면역력이 약한 견종에게 잘 나타나는데, 불독처럼 주름이 많고 피부 장벽이 약한 견종은 특히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미용실에서 클리퍼(전동 이발기)로 짧게 깎은 뒤 농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클리퍼 날에 세균이 남아 있다가 면도 직후 피부에 접촉되는 원리입니다. 그래서 피부가 약한 아이들은 짧게 미는 미용 대신 바이컷, 즉 가위로 길이를 줄이는 방식을 권장합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미용 직후 등이 빨개지면서 긁기 시작하면 클리퍼 자극도 원인으로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농피증 여부를 집에서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등쪽 털을 살짝 들쳐서 딱지나 뾰루지 같은 병변이 보이는지 직접 보는 것입니다. 눈으로 확인이 된다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다. 또한 모낭충(Demodex mite)이라는 기생충이 모낭 속에 기생하면서 가려움과 탈모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모낭충이란 피부의 털구멍 안에 서식하는 진드기의 일종으로, 심할 경우 국소적인 털 빠짐과 노란색 분비물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입 주변이나 눈 주변에서 이런 증상이 먼저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수의사협회(AVMA)에서도 강아지 피부 질환의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피부 점검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피부 부작용은 실제였습니다
밍밍이가 자가면역질환 진단을 받은 건 약 1년 전입니다. 자가면역질환(Autoimmune Disease)이란 면역 체계가 자기 몸의 세포를 외부 적으로 착각해 공격하는 질환입니다. 처음엔 무슨 병인지도 몰랐습니다. 잘 걷지 못하고 기력이 없어지는 걸 보면서 이것저것 검사를 하다가 나온 결론이었습니다.
치료약에 스테로이드(Corticosteroid) 성분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스테로이드란 염증을 억제하고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데 쓰이는 호르몬 계열 약물입니다. 처음엔 효과가 드라마틱 했습니다. 잘 못 걷던 밍밍이가 다시 뛰어다니는 걸 보면서 "이게 답이구나" 싶었습니다. 한 달에 70만 원이 넘는 약값도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1년쯤 지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등쪽 피부가 벗겨지면서 타는 듯한 모습으로 변해갔고, 딱지가 엄청나게 앉았습니다. 병원에 달려가니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으로 인한 의인성 쿠싱 증후군(Iatrogenic Cushing's Syndrome) 의심 소견이라고 했습니다. 의인성 쿠싱 증후군이란 외부에서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투여했을 때 부신피질 호르몬이 과잉 분비된 것과 유사한 상태가 되는 부작용으로, 피부 얇아짐, 탈모, 면역력 저하 등이 주요 증상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털을 밀었던 부위가 지금도 다시 자라지 않고 있고, 담당 선생님은 피부와 보행 능력 중 무엇을 우선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하십니다. 저는 둘 다 포기할 수 없어서 최대한 두 가지 모두를 잡는 방향으로 처방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가 단기적으로는 안전하게 쓰일 수 있지만, 장기 복용 시의 부작용은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걸 몸소 겪었습니다. 코넬 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도 스테로이드 장기 투여 시 정기적인 혈액 검사와 부작용 모니터링을 권장하고 있으며, 개에게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됩니다.
강아지가 긁는 행동은 단순한 습관이 아닙니다. 같은 부위를 반복적으로 긁거나 비빈다면, 그건 분명히 신호입니다. 저는 밍밍이를 키우면서 귀 긁기부터 피부염, 그리고 스테로이드 부작용까지 모두 겪어봤습니다. 어떤 증상도 "그냥 습관이겠지"라고 넘기지 않는 것, 그게 결국 보호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평소와 다른 긁기가 보인다면 바로 수의사와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반려견의 증상은 반드시 담당 수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itRe9jcOiuw&t=392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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