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강아지도 사람처럼 눈병이 이렇게 종류가 많은지 몰랐습니다. 밍밍이를 키우면서 체리아이 수술에 면역질환까지 겪고 나서야 눈 하나에도 이렇게 많은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됐습니다. 눈이 크거나 돌출된 품종일수록 유독 눈 질환에 취약하다는 사실, 키우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달랐을까 싶기도 합니다.
눈이 크면 귀여운 만큼 걱정도 크다
TV에서 처음 알게 된 내용이었는데, 눈이 돌출되어 있거나 눈 주변에 털이 많은 품종은 그렇지 않은 강아지들보다 눈 질환에 훨씬 취약하다고 합니다. 제 주변만 봐도 그게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친구가 키우는 시츄와 페키니즈, 두 아이 모두 눈이 크고 동그란 편인데 어릴 때부터 안과 병원을 달고 살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눈이 예민한 아이들인가 보다 했는데, 알고 보니 품종 자체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였습니다.
각막궤양(Corneal Ulcer)이란 눈의 투명한 표면인 각막에 상처가 생겨 점점 뿌옇게 변해가는 상태를 말합니다. 눈이 돌출된 품종은 외부 자극을 쉽게 받고, 스스로 눈을 비벼 상처를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샤모예드, 닥스훈트, 복서, 샤페이처럼 눈 구조가 독특한 품종에서 특히 자주 나타납니다. 제 잉글리시불독 밍밍이도 눈이 작은 편은 아니라서, 처음 눈동자가 흐릿해졌을 때 저는 당연히 각막염이나 각막궤양쯤 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각막염(Keratitis)이란 각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충혈이나 눈물, 눈을 잘 뜨지 못하는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안약을 처방받아 매일 넣어줬는데, 몇 주가 지나도 눈이 맑아질 기미가 없었습니다. 그때 제가 느낀 불안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눈이 뿌연 게 단순한 염증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체리아이, 수술 말고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밍밍이가 4살쯤 됐을 때입니다. 눈 안쪽, 내안각(Inner Canthus) 부위에 뭔가 붉은 살덩어리 같은 게 조금씩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내안각이란 눈의 코쪽 끝부분으로, 제3안검(속눈꺼풀)이 위치한 자리입니다. 처음엔 눈이 좀 충혈된 건가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져서 결국 병원에 갔더니 체리아이(Cherry Eye) 진단을 받았습니다.
체리아이란 제3안검을 고정하는 인대가 약해지거나 손상되어 속눈꺼풀이 눈 밖으로 돌출되는 질환입니다. 마치 빨간 체리가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유전적 소인이 강한 질환이라 어린 강아지, 특히 두 살 이전에 주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하바니즈, 킹찰스 스패니얼, 시즈, 블러드하운드 같은 품종에서 자주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밍밍이처럼 불독 계열도 예외가 아닙니다.
병원 선생님께서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때 설명해 주신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쌍꺼풀 수술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가격도 사람 쌍꺼풀 수술만큼 나왔습니다. 수술 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 절개술: 눈꺼풀 조직을 직접 절개해 제3안검을 고정하는 방식으로, 재발률이 낮지만 수술 후 안구건조증이 올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비절개술: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회복이 빠르지만 재발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저는 고민 끝에 절개술을 선택했습니다. 재발이 잦으면 밍밍이가 또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는 게 더 싫었거든요. 안구건조증 위험이 있다고 했지만, 그래도 한 번에 확실히 잡는 쪽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제 경험상 수술 후 회복은 생각보다 빠른 편이었고, 그 이후로 체리아이가 재발하지는 않았습니다.
각막 뿌연 게 면역질환 때문이었다니
체리아이 수술은 잘 끝냈는데, 밍밍이가 7살이 넘어가면서 한쪽 눈동자가 다시 흐릿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처음엔 각막궤양이나 결막염(Conjunctivitis)이겠거니 했습니다. 결막염이란 눈의 흰자 부분을 덮는 결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충혈과 눈곱, 눈물이 주된 증상입니다. 동네 병원에서 안약을 처방받아 성실하게 넣어줬는데, 이번엔 몇 주가 지나도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큰 병원에 데려가 정밀 검사를 받았더니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밍밍이가 면역 매개성 질환(Immune-Mediated Disease)을 앓고 있었던 것입니다. 면역 매개성 질환이란 몸의 면역 체계가 정상 조직을 외부 이물질로 착각해 스스로를 공격하는 질환군을 말합니다. 눈의 뿌연 색깔도 바로 이 면역 질환의 여파로 생긴 증상이었습니다. 단순히 눈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거죠.
약값만 한 달에 70만 원씩 나오고 있어요. 쉽지 않은 금액이지만 약을 꾸준히 먹이고 나서 눈의 색깔이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오는 걸 보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겪어보니, 눈 증상이 오래 지속된다면 단순 안과 질환 이상의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수의사협회(AVMA)에서도 강아지 눈 질환이 전신 질환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안구건조증과 백내장, 노령견에게 흔한 눈 질환들
강아지도 나이가 들면 사람처럼 눈이 약해집니다. 노령견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눈 질환 중 하나가 바로 안구건조증(KCS, Keratoconjunctivitis Sicca)입니다. 안구건조증이란 눈물샘에서 충분한 눈물이 분비되지 않아 각막이 마르고, 이로 인해 각막 손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을 말합니다. 끈적끈적한 흰색이나 노란색 눈곱이 자주 끼고, 각막궤양이 반복적으로 생긴다면 안구건조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체리아이 절개술을 선택할 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나중에 안구건조증이 올 수 있다"는 경고가 있었는데, 다행히 밍밍이에게는 아직까지 그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안구건조증은 완치가 어렵지만, 인공눈물이나 면역억제제(사이클로스포린 계열 안약)를 꾸준히 점안하면 상태를 잘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완치보다는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것이 백내장(Cataract)입니다. 백내장이란 눈 속의 투명한 수정체가 혼탁해져 빛이 망막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게 되는 질환으로, 심해지면 실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유전적인 원인이지만, 당뇨병이 있는 강아지에서도 이차적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VCA 동물병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백내장은 영양제나 점안액으로는 진행을 막을 수 없으며, 손상된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 렌즈를 삽입하는 수술이 유일한 치료법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밍밍이가 10살이 된 지금, 이 부분이 가장 신경 쓰입니다.
그 외에도 녹내장(Glaucoma), 즉 안구 내 압력이 높아져 극심한 통증과 함께 결국 실명을 유발하는 질환도 있습니다. 목줄을 너무 꽉 조이거나 산책 중 목줄을 세게 당기는 행동도 안압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했던 행동이 눈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로는, 산책할 때 하네스를 꼭 챙겨 씁니다.
밍밍이를 키우면서 눈 하나 때문에 수술도 하고, 큰 병원까지 전전하고, 매달 적지 않은 치료비를 내면서 느낀 건 하나입니다. 눈 증상은 절대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눈이 크거나 돌출된 품종을 키우신다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으시고 눈이 흐릿해지거나 눈곱이 자주 낀다면 바로 병원에 가보시길 권합니다.
밍밍이를 겪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눈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걸요.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작은 변화들이, 사실은 그냥 지나치면 안 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지금은 하루에 한 번은 꼭 눈을 들여다봅니다. 맑은지, 흐릿한지, 눈곱은 어떤지. 특별한 건 아니지만, 그 작은 습관이 가장 빠른 예방이 된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혹시 오늘 한 번도 아이 눈을 자세히 본 적 없다면, 지금 잠깐만 바라봐 주세요. 그 짧은 시간이 나중엔 큰 차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ruRsREtn40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