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적색과 녹색을 아예 구분하지 못하는 이색형 색각(dichromacy)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연구에서 그 두 가지 색 중에서도 노란색을 더 선호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접하고 나서 밍밍이(저희 잉글리쉬불독)의 행동들이 하나씩 퍼즐처럼 맞춰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강아지의 근시와 넓은 시야각, 사람과 무엇이 다른가

강아지는 근시(myopia)입니다. 근시란 먼 곳은 흐릿하게 보이고 가까운 거리에서야 대상을 또렷하게 인식하는 시각 특성을 말합니다. 사람 기준으로 또렷하게 보이는 거리의 약 1/3 수준까지 가까워져야 강아지는 상대방을 제대로 알아본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연구 결론입니다.

밍밍이를 키우면서 이게 실감되는 상황이 자주 있었습니다. 제가 뒤에서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도 밍밍이가 바로 반응하는데, 저는 오랫동안 그게 냄새나 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강아지는 시각보다 후각과 청각에 훨씬 더 의존하기 때문에, 멀리서 보호자를 못 알아보는 게 당연한 겁니다. "우리 애는 바보야, 나도 못 알아봐"라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건 강아지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시각 기준으로 강아지를 판단하는 거라고 봐야 합니다.

반면 시야각(field of view)은 사람보다 훨씬 넓습니다. 시야각이란 눈을 움직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좌우 범위를 뜻하는데, 사람은 약 180도인 반면 일반적인 개는 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훨씬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합니다. 다만 눈이 얼굴 옆쪽에 달려 있어서 두 눈의 초점이 정확히 겹치는 양안 시야(binocular field)는 오히려 사람보다 좁습니다. 그래서 움직이는 물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시야각은 넓은데 뭔지 정확히 모르니까, 뭔가 빠르게 지나가면 본능적으로 쫓거나 깜짝 놀라는 반응이 나오는 거입니다.

야간 시력과 관련해서는 강아지가 사람에게 없는 휘판(tapetum lucidum)이라는 반사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휘판이란 망막 뒤에 위치한 반사판으로, 빛을 한 번 더 반사시켜 어두운 환경에서도 더 많은 빛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주는 구조입니다. 밤에 밍밍이 사진을 찍으면 눈에서 레이저처럼 빛이 쏘아지는 것처럼 나오는 게 바로 이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무섭기도 하고 밍밍이가 아닌거같아서 지웠는데, 지금은 그게 밍밍이 특유의 야간 셀카라고 생각합니다.

이 휘판 구조가 로드킬과 관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운전하다가 갑자기 헤드라이트에 비친 동물이 꼼짝도 못하고 차에 치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갑작스러운 강한 빛이 눈에 들어오면서 일시적으로 아무것도 안 보이는 화이트아웃(white-out) 상태가 되기 때문입니다. 저도 야간 운전 중 로드킬 당한 노루를 몇 번 목격한 적 있는데, 그날은 하루 종일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제 그 장면의 이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습니다.

강아지가 보는 색맹의 세계, 파랑과 노랑만 남는 이유

강아지는 완전한 흑백(전색맹)이 아닙니다. 적록색맹(red-green color blindness), 정확히는 이색형 색각(dichromacy)입니다. 이색형 색각이란 색을 구분하는 원추세포(cone cell)가 사람의 세 종류(빨강·초록·파랑)보다 적은 두 종류(파랑·노랑)만 작동하는 시각 구조를 말합니다. 그래서 강아지가 보는 세상은 파란색과 노란색, 그리고 회색 계열로 구성됩니다.

이게 실생활에서 어떤 의미인지를 잔디밭 예시로 보면 바로 이해가 됩니다. 초록색 잔디에 빨간 고기 간식을 던졌을 때, 사람 눈에는 보색 대비로 간식이 확 눈에 띕니다. 그런데 강아지에게는 잔디가 노란색으로 보이고 빨간 간식도 노란색으로 보입니다. 배경과 대상이 같은 색이 되어버리니 눈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 겁니다. 코를 킁킁대며 바로 앞에 두고도 못 찾는 모습이 바보처럼 보였다면, 그건 사람의 시각 기준으로 강아지를 오해한 것입니다. 어쩐지 밍밍이도 잔디에 간식을 던져주면 못찾더라구요.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 어떻게 밝혀졌는지도 흥미롭습니다. 연구자들이 강아지에게 다른 색이 있는 버튼을 누르면 간식이 나오도록 훈련시켰는데, 파란색과 노란색 조합에서는 강아지가 잘 구분했지만 빨간색과 초록색 조합에서는 계속 틀렸다고 합니다. 이후 망막 세포 분석에서도 파란색과 노란색에 반응하는 원추세포만 확인되면서 이색형 색각이 확정됐습니다. 해당 연구 내용은 미국애견협회(AKC) 공식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강아지의 색 인식 범위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람 기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연두색 → 강아지에게는 모두 노란색으로 인식됩니다.
  2. 사람 기준 파란색, 보라색 계열 → 강아지에게도 파란색 계열로 인식됩니다.
  3. 사람 기준 초록색 → 강아지에게는 노란빛 도는 회색으로 보입니다.
  4. 무채색(흰색, 검정, 회색) → 강아지에게도 무채색으로 보이나 채도 차이가 줄어듭니다.

집에서 밍밍이를 키우면서 이게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공을 파랑, 분홍, 노랑, 빨강 네 가지 색으로 사줬는데, 밍밍이가 유독 노란 공을 물어오는 빈도가 높았습니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복되다 보니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강아지가 볼 수 있는 색상 중에서도 노란색이 가장 또렷하게 보이는 색이니까, 노란 공이 제일 눈에 잘 들어왔을 겁니다.

강아지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노란색, 파란색이 아니었다

파란색과 노란색 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하냐는 질문은 꽤 오래된 궁금증이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에 발표된 인지 선호도 실험에서 비교적 명확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강아지는 노란색을 가장 선호하고, 그 다음이 파란색, 그리고 회색 순이라는 겁니다.

실험 방식이 꽤 세밀했습니다. 노란색, 파란색, 회색 세 가지 밥그릇을 두고 먹이를 넣고 빼는 조합을 다르게 하면서 어떤 그릇으로 먼저 다가가는지를 측정했습니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세 그릇 모두에 먹이를 넣었더니 압도적으로 노란색 그릇을 선택했습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파란색 그릇에는 먹이를 빼고 회색에만 넣었는데, 먹이가 없는 파란색과 먹이가 있는 회색을 비슷한 비율로 선택했습니다. 색에 대한 선호가 먹이의 유무를 상쇄할 정도였다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 실험에서는 노란색 그릇에 먹이를 빼고 회색에 넣었더니 먹이가 없는 노란색 그릇을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이 실험 결과는 Frontiers in Veterinary Science에서 관련 동물 인지 연구들을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왜 노란색을 선호하느냐에 대한 가장 유력한 해석은 진화적 연관성입니다. 강아지가 먹어온 먹이들, 고기, 과일, 풀 등 대부분이 강아지의 눈에는 노란색으로 인식됩니다. 빨간 고기도 노랗게 보이고, 주황색 당근도 노랗게 보이고, 연두색 채소도 노랗게 보입니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노란색으로 보이니, 노란색 자체에 대한 선호가 진화 과정에서 강화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파란 겉옷을 입을 때 밍밍이 반응이 유독 달랐던 것도 이제는 조금 다르게 해석됩니다. 밍밍이가 파란색을 좋아한다기보다는, 파란색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색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자극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파란 옷을 입을 때 외출 준비 루틴과 연결돼서 조건 반사적으로 반응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쪽이 맞는지는 솔직히 지금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장난감 선택에 이 정보를 바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실내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장난감이라면 노란색이 밍밍이에게 시각적으로 가장 자극적이고 흥미롭습니다. 반면 초록 잔디 위에서 놀아줄 때는 잔디가 노란색으로 보이기 때문에 노란 장난감이 배경에 묻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