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중에 경찰차가 뒤따라온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저는 그 상황을 실제로 겪었습니다. 잉글리쉬불독 밍밍이와 조용히 산책하던 중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관 두 분이 차에서 내렸는데, 결국 "법적 맹견이 아니다"라는 확인 후 돌아가셨습니다. 생긴 것만 보고 맹견으로 오해받는 일, 반려견을 키우다 보면 한 번쯤 맞닥뜨리게 되는 현실입니다.
법으로 정한 맹견, 정확히 어떤 견종인가
대한민국 동물보호법(動物保護法)은 맹견을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개로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개"라고 규정합니다. 쉽게 말해 국가가 위험 가능성을 인정하고 별도의 관리 기준을 적용하는 견종 목록이 법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지정된 5대 맹견은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로트와일러,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입니다. 여기에 최근 스태퍼드셔 테리어 계열이 추가 편입되면서 총 8종 체계로 확대되었고, 해당 견종의 피를 이어받은 혼혈견도 맹견으로 분류됩니다. 저도 밍밍이를 입양하기 전에 이 목록을 꼼꼼히 확인했는데, 잉글리쉬불독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습니다.
법이 정한 맹견 보호자에게는 세 가지 의무가 따릅니다.
- 생후 3개월 이상의 맹견을 외출시킬 때는 반드시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시켜야 하며, 미착용 시 잠금장치가 있는 이동장치를 사용해야 합니다.
-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도 조례 지정 장소에는 출입할 수 없습니다.
- 맹견을 입양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3시간, 이후 매년 3시간씩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기관에서 정기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위반 시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이 교육은 원격 교육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맹견을 키우고 있는 보호자라면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서 관련 기관과 교육 일정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단두종 입마개, 착용이 능사가 아닌 이유
단두종(短頭種)이란 두개골 구조상 코와 주둥이가 납작하게 눌린 형태의 견종을 말합니다. 잉글리쉬불독, 프렌치불독, 퍼그 등이 대표적이며, 이 구조 자체가 기도(氣道)를 좁게 만들기 때문에 평상시에도 호흡 효율이 일반 견종보다 낮습니다.
저도 밍밍이 어렸을 때부터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입마개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간식을 활용한 긍정 강화(Positive Reinforcement) 훈련, 즉 보상을 통해 특정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고, 시중에 나온 입마개 종류도 여러 개 직접 구매해서 써봤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착용시켜 보니 예상 밖의 문제가 바로 드러났습니다. 밍밍이가 입마개를 차면 헥헥거림이 심해지고, 특히 여름철에는 호흡 곤란에 가까운 상태까지 이르렀습니다.
열 발산(熱發散)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개는 사람과 달리 피부로 땀을 내지 못하고 입을 벌려 혀를 내밀어 체온을 조절합니다. 입마개는 이 열 발산 자체를 막아버리기 때문에, 단두종에게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열사병(熱射病)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씌우는 입마개가 제 강아지에게는 오히려 학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죄책감은 지금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입마개 착용이 곧 책임 있는 견주의 기준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개체의 신체적 조건을 무시한 일률적 적용은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행 동물보호법도 맹견 이외의 견종에 대해서는 입마개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 자체도 모든 개에게 입마개를 씌우는 것이 해답이 아님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외모가 아니라 행동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경찰관이 밍밍이를 확인하고 돌아가던 날, 저는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10년 넘게 키우면서 한 번도 사람이나 다른 개를 먼저 공격한 적 없는 밍밍이가, 생긴 것 하나 때문에 신고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사회화(社會化) 훈련이란 어릴 때부터 다양한 사람, 환경, 동물에 노출시켜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적응시키는 과정을 말합니다. 견종별 기질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사회화 훈련의 완성도가 실제 공격성 발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동물행동학(動物行動學) 분야의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산책 중에 밍밍이 엉덩이를 세게 문 건 말티즈였습니다. 밍밍이는 그냥 지나가고 있었는데, 상대가 먼저 달려든 것이었습니다. 소형견이라고 해서 공격성이 낮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소형견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공격성, 즉 공포성 공격 행동(Fear-based Aggression)이 많다는 점에서 외모나 체구로만 위험도를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로트와일러가 3살 아이와 함께 생활하는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맹견으로 지정된 견종이지만, 보호자의 훈련과 사회화 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개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맹견이라는 법적 분류가 위험 가능성을 알리는 기준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그 개체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견주가 만드는 안전, 10년의 긴장을 돌아보며
반려견 사고 뉴스가 나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저도 강아지를 키우는 입장이라 어떻게 관리하면 그런 사고가 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긴장하고 살아야 하는지도 압니다. 밍밍이와 함께한 10년이 어느덧 지속적인 주의와 긴장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공중도덕(公衆道德)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반려견을 공공장소에 데리고 나올 때 보호자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행동 규범을 뜻합니다. 우리 개는 안 문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건 이미 공중도덕을 내려놓은 신호라고 봅니다. 사람도 기분이 나쁘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합니다. 개도 마찬가지입니다. 맹견이든 소형견이든, 견주가 어떻게 훈련시키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함께 살아가느냐가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맹견 관련 법과 기준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기준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입니다. 저는 독자 여러분이 이 두 가지를 모두 직접 판단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법을 알고, 내 개의 신체적 특성을 알고, 상황을 읽는 능력, 그것이 반려견과 안전하게 살아가는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수의학적 조언이나 법률 해석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항은 수의사 또는 관련 전문가에게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JKPxDZDC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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