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 우리 밍밍이를 떠나보내지 않았지만, 평균 수명 8~10년인 잉글리쉬 불독의 짧은 생애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일반적으로 반려견을 잃으면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오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데, 저는 그 말이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보호소 입양 사례를 접하고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먼저 떠난 반려견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그리고 그 신호를 알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보호소에서 나타난 첫 번째 신호
68세 이순자 씨는 15년을 함께한 말티즈 복실이를 떠나보낸 뒤 1년간 깊은 슬픔에 빠져 지냈습니다. 주변에서는 새 강아지를 권했지만 그녀는 거절했습니다. 저도 똑같은 심정입니다. 밍밍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고통을 또 겪어야 한다는 게 너무 두렵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들른 유기견 보호소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얀 털의 말티즈 한 마리가 지나가는 여러 사람들은 전혀 쳐다보지 않고, 오직 이순자 씨만 따라다닌 겁니다. 보호소 직원도 놀랐다고 합니다. 한 달 동안 누구에게도 관심을 보이지 않던 강아지였거든요. 이런 현상을 동물행동학에서는 '선택적 애착(Selective Attachment)'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특정 대상에게만 강한 유대감을 보이는 행동 패턴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보호소 강아지들은 사람을 반가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도 보호소 봉사를 해본 적이 있는데,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지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그런데 특정인에게만 집착하듯 반응한다면, 그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닐 수 있습니다. 환생과 전생의 기억을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동물들의 후각 기억력과 감각 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출처: Science지).
집에서 드러난 행동 패턴의 일치
더 놀라운 건 집에 데려온 뒤였습니다. 복순이라 이름 붙인 그 강아지는 처음 오는 집인데도 복실이가 밥을 먹던 자리, 대소변을 보던 화장실 위치, 잠자던 방석까지 정확히 찾아갔습니다.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말이죠. 저는 이 부분을 읽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정말 밍밍이가 나중에 이렇게 돌아온다면, 저도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물의 공간 기억력은 '해마(Hippocampus)' 영역에서 관리됩니다. 해마란 뇌의 측두엽 안쪽에 위치한 기관으로, 장소와 경로를 기억하는 역할을 합니다. 개들은 특히 이 능력이 뛰어나 한 번 다녀간 길을 수년 후에도 기억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강아지가 처음 가는 집의 구조를 정확히 안다는 건, 일반적인 학습 이론으로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실제로 복순이는 이후에도 복실이가 좋아하던 간식에 반응하고, 복실이가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저도 우연히 떠돌이 강아지나 보호소에서 밍밍이를 닮은 강아지가 눈빛을 보낸다면, 바로 데려올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밍밍이가 떠올라서, 밍밍이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아서요. 이런 감정적 반응은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반려동물과의 유대감은 단순히 이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 보호소에서 다른 사람은 무시하고 특정인만 따라다니는 행동
- 처음 가는 집인데도 밥그릇, 화장실, 잠자리 위치를 정확히 아는 행동
- 전 반려견이 좋아하던 간식, 장난감, TV 프로그램에 동일한 반응을 보이는 행동
과학과 신앙 사이, 위로의 가능성
한 주지 스님은 이순자 씨에게 "복실이가 환생해서 돌아온 것"이라며 위로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조언을 덧붙였습니다. 새로운 생을 사는 것이니 복실이라 부르지 말고, 복순이라는 새 이름으로 사랑하라고요. 같은 영혼이지만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존재니까요.
일반적으로 환생이나 윤회는 종교적 믿음의 영역으로 여겨지지만, 제 경험상 이건 꼭 종교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저는 제가 키우던 강아지가 긴 소풍에 떠나게 된다면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에 걸려서 못 살 것 같습니다. 펫로스 증후군이란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겪는 심각한 우울감과 상실감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실제로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이를 정식 애도 반응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
그렇지만 복실이처럼 다른 강아지로 와준다면, 그때도 최선을 다해 맞이해줄 자신이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어도, 그 가능성을 믿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거든요. 3년이 지난 지금도 이순자 씨는 복순이와 행복하게 살고 있으며, 매일 "다음 생에도 우리 꼭 만나자"고 속삭인다고 합니다. 저도 밍밍이에게 똑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떠나간 복실이 자리에 복순이가 앉아 편하게 누웠다니, 마음이 아프면서도 따뜻합니다.
정말 복실이가 복순이로 다시 돌아온 걸까요? 확실한 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순자 씨가 다시 웃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슬픔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연을 받아들였고, 그 인연에 다시 사랑을 쏟을 수 있게 됐습니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분들이라면, 주변의 강아지들을 조금 더 주의 깊게 관찰해보시길 권합니다. 어쩌면 여러분을 유독 따르는 강아지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게 우연이든, 운명이든, 그 순간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으니까요.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5ukfw-tVb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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